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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두언 / 교육감
이 가을에 그려 보는
학교 집 한 채
여름방학은 보람 있게 잘 보내셨는지요? 연수, 독서, 휴식 등 저마다 짧은 휴가를
즐겼으리라 생각합니다. 그 가운데는 여행을 다녀오신 분들도 많겠지요. 아껴서 모은 돈으로
먼 나라를 탐방하고 온 분도 더러 있을 것입니다. 그곳에서 낯선 자연 환경도 만나고, 크고
작은 도회지도 둘러보았겠지요. 아름다운 중세 건축들이 즐비한 유서 깊은 도시에서 어렵지
않게 만나는 웅장한 성당, 박물관, 역사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고성이며, 무너져 가면서도
위용을 지키고 있는 그리스·로마의 건축들도 만났겠지요. 그리고 시대를 훌쩍 건너 새롭게
지어진 현대 건축의 매혹적인 자태에 넋을 잃기도 했을 것입니다.
그림으로만 공부했던 로마네스크·고딕·바로크·로코코와 같은 건축 양식,
도리아·이오니아·코린트 등 기둥의 양식도 눈으로 보면서 그 다양한 양식이 나타내는
다채로운 건축 미학에 젖었고, 그래서 여행길이 격조 높고 아름다웠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현대 건축은 근대 이전의 건축과는 다른 미감을 자아냅니다. 우리가 한 때
마천루(摩天樓, skyscraper)라 불렀듯이 고층이 그 특징입니다. 콘크리트가 석재를 대신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는데, 세계적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로부터 확산되었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그는 생활의 기능을 중시하면서 외벽에 조소성을 강화함으로써 기능주의와 표현주의를 함께
구현했다는 평가와 찬사를 받고 있습니다. 그는 유럽은 물론 인도를 비롯한 세계 각지에서
도시 설계를 담당하였고, 콘크리트 건물이 현대 문명의 상징이 되는 데 선구적 역할을
했습니다. 그런데 건축가들이 경탄해 마지않는 코르뷔지에가 외면을 받는 일도 일어났습니다.
인도에 그 많은 집을 지어 주었지만, 사람들은 정작 그 집에 깃들이지 않고 길거리로 나와
차라리 노숙을 즐긴다고 합니다. 정서적으로 맞지 않다는 것입니다. 콘크리트 건물은 크게
지을 수 있고, 내부 공간을 다양하게 만들 수 있지만, 사람에게 거부감을 주는 듯합니다. 낡은
석조 건물 앞에서 탄성을 지르고 한 동안 그 아름다움에 젖어 있는 사람은 많지만, 세련된
04 2015 장학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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