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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두언 / 교육감
진실은
가깝고
단순하다
철인(哲人) 정치를 표방한 플라톤의 시인 추방론은, 서양 철학의 비조인 그가 내세우기에는
얼핏 마뜩찮아 보입니다. 시인이란 극작가를 두고 한 말이지만 예술가 모두를 일컫습니다.
예술가들을 추방해야 한다는 주장은 예술에 대한 부정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대단히 위험해
보입니다. 그는 ‘침대’를 보기로 자신의 주장을 설파했습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침대들이
있지만, 침대의 ‘이데아’는 하나뿐입니다.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침대들의 자잘한 차이를 하나씩
제거해 나가면 빠져서는 안 되는 요소만 개념적으로 남게 됩니다. 곧 침대의 추상에 이르게
됩니다. 그 침대의 이데아는 신(神) 또는 섭리가 만들어 낸 것이고, 그 이데아가 물상으로
구현된 실체들은 이데아를 품고 있지만 얼마쯤 멀어져 있습니다. 목수는 이데아를 바탕으로
침대를 만듭니다. 신 다음으로 인정할 만한 제작자입니다. 그런데 침대를 그린 화가는 침대의
이데아에서 매우 멀리 벗어나 있습니다. 모방자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 모방자가 시인으로
일컬어지는 예술가들이고, 이들은 이데아에서 한참 멀어진 이미지로 이데아의 진실을 가립니다.
플라톤은 이것을 경계했던 것입니다.
이데아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본질’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본질은 관념입니다.
그 관념은 구체적 물상이나 현상을 실현시키는 모태가 됩니다. 한편, 구체적으로 현현된 실상
속에서 추출한 알짜의 개념이기도 합니다. 사상(事象)을 제어하고 있는 참된 관념이든, 무엇을
만들어 내는 근원으로서의 씨앗이든 본질은 핵심적이고 절대적인 요소입니다. 버리고 버리는
사상(捨象) 끝에 도달하는 추상입니다.
소크라테스의 문답법도 사물과 현상, 행위의 참된 정의(定義), 곧 본질을 찾아가는 과정이라
볼 수 있습니다. 군더더기를 없애고 난 뒤 찾게 되는 속살처럼 본질은 단순합니다. 거추장스러운
지금의 상태에서 애초의 단순성을 향하므로 시간적으로 보면 가역적입니다. 현재의 모순에서
본디의 순수를 지향하기 때문에 반성적입니다. 반성의 사유가 전제되는 까닭에 철학적일
04 2015 장학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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