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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 교원
깡촌학교의독서교육기
글 합천 청덕초등학교 교사 김명연
“이런 건 뭐할라꼬 해요?” 면사무소에 책나들이 도서 설치를 막 마친 나에게 직원 한
분이 슬그머니 물어오셨다. “네... 편하게 책 보시라구요.” 웃으며 대답하면서도 생각이
복잡해진다. 그 흔한 마을도서관 하나 없다. 전교생은 탈탈 털어 열두 명. 병풍처럼 둘러싼
푸르디푸른 산무리와 양파밭, 마늘밭 사이를 비집고 들어앉은 아주 조그만 학교, 나는
청덕초등학교에서 근무한다.
처음 도서 업무를 맡았을 때 작은 학교치고는 그럴듯한 도서관 시설과 육천 여 권의
도서보유량에 놀랐었다. 그러나 아이들의 독서량과 독서의욕, 사고력은 기대에 전혀 미치지
못했다. 이곳에서 ‘행복한 책읽기 문화’가 만들어질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은 고스란히
내 몫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역시 독서교육의 성공을 위해서는
가정, 학교, 지역사회가 함께 책을 읽어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그들이 보다 쉽고 즐겁게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눌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을 학교가 먼저 시작 해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독서교육도 이제 학교 울타리를 벗어나 지역사회와 독서를 통한 소통과
나눔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박재식 교장선생님의 말씀도 내게 큰 힘이 되었다.
첫 번째 시작으로 우리는 ‘SNS 학교밴드’를 통한 독서나눔 활동을 실시하였다. 이른바
‘SNS를 통한 청덕골 한 책 읽기 운동’으로 학생, 학부모, 교사를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통해 매월 한 책 도서를 선정하고 함께 읽은 후, 휴대폰을 이용해 SNS 학교밴드에 감상을
올리는 활동이다. 거창한 독후감이 아니어도 좋다. 그냥 소소한 감상 한 두 줄이면
그만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함께 책을 읽었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이다. 접근성이 좋은 반면, 부담은 적다는 이점 덕에 이 SNS 독서네트워크는 요즘
청덕골 교육공동체의 훌륭한 소통의 장이 되고 있다.
두 번째 시작은 ‘책나들이 도서’를 통한 독서나눔 활동이다. 문화적 소외지역인 청덕면
주민들을 위해 학교 도서관의 장서를 공공기관에 대여하고 자유롭게 대출 및 반납할
수 있도록 하였다. 지역 주민들의 생활반경 깊숙이 읽을거리를 투입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독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한 것이었다. 요즘 한창 양파 수확철이라 바쁘다는
농협, 면사무소 앞 아저씨, 아주머니들. 그래도 한 권, 두 권씩 늘어가는 대출목록에서
새록새록 희망을 본다.
독서는 나눔이다. 책과의 나눔이요, 사람과의 나눔이다. 그래서 모두가 함께 읽고
함께 나누는 독서공동체의 존재는 소중하다. 또한 그러기에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가
함께 시작하는 이 ‘삼동작전’은 결국 우리 아이들의 독서교육을 진정한 성공으로 이끌어
나가는 밑거름으로 끝맺게 될 것을 믿는다.
그러므로 오늘 책을 배달하고, 관리하는 수고로움은 행복한 사무일지니...
38 2015 장학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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