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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칼럼
ChangwonPublicLibrary
독서와 꿈
1973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저녁이미지』, 『사전을 뒤적이며』,
『나를 운반해온 시간의 발자국이여』
산문집 『질문의 품위』
경남문학관관장 이 우 걸
1972년 가을이었다. 나는 월간 『고시계』를 사러 서점에 들렀다. 서점 여기저기를 돌며 새로 나온 책들을 둘러보
다가 『현대시조』라는 계간잡지를 발견하곤 한참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시조 전문지도 이제 출간되고 있구나 하는 놀
라움 때문이었다. 어릴 때 외우기를 좋아 하시는 어머니를 위해 교과서 이곳저곳의 고시조를 모필로 써 드렸던 추억
이 있어서 시조라는 장르와 친숙해져 있었기 때문에 더 반가운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시간 날 때 읽어 보자 싶어
『고시계』, 『현대시조』 두 권을 사 가지고 왔다.
어느 비오는 날이었다. 멍하니 법률서적들을 읽고 있다가 불투명한 미래에 승부를 걸고 있는 자신에 대한 회의와
외로움 때문에 전에 사왔던 『현대시조』가 읽고 싶었다. 처음부터 건성건성 작품을 읽어나갔지만 사실 대부분의 작품
이 눈에 들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유난히 아름다운 시조 한 편을 발견했다.
여미어 도사릴수록
그리움은 아득하고
가슴 열면 고여 드는
겹겹이 먼 하늘
바람만 봄이 겨웁네
옷자락을 흔든다
이영도 시인의 작품 「모란」이었다. 이 시조에 매료되어 나도 두 편의 작품을 써서 학보사에 투고를 했다. 어느 날
나의 작품이 발표되고 그때 우리학교의 교수로 계시던 김춘수 시인의 지도를 받아 시인이 되었다. 참으로 우연한 방
향 전환이었지만 나는 오늘의 현실에 만족할 뿐 아니라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내 삶의 변화는 결국 누구의 조
언이나 계획적인 충고와 지도가 아니라 오로지 책과의 인연에서 비롯되었다.
세상을 흔히 사막에 비유하는 사람들이 있다. 수도자들이 속세의 여러 번뇌를 표현하는 은유로 그렇게 말 할 때도
있고 세상살이의 어려움 때문에 이 세상을 정말 사막으로 느껴서 그렇게 표현하기도 한다. 그러나 오늘 우리의 삶이
충분히 의미 있고 보람을 느껴서 이 세상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나는 후자의 편에 서 있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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